옥탑방 고양이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다소 불순해 보이는 동거(同居)를 소재로 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두 주인공이 펼치는 소꿉장난 같은 사랑놀음에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비록 드라마는 '동거'를 가벼운 재미로 다루고 있지만 실제 만나는 '동거문화'는 그렇게 홀가분한 매력이 아니다.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무거운 인상이 일부 밴쿠버 유학생사회에서 느껴졌다. 생계비를 절약하고 외국생활의 외로움을 타개하기 위한 룸메이트 개념의 동거를 그들은 하나의 유행으로 생각했다. 국적을 불문한 집단적 동거는 문란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경우에 있어서 동거는 적어도 남녀가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방안은 아니었으며 필요에 의한 일시적 '같이 살기'였다. 한마디로 '섹스파트너' 혹은 '헤어지기 싫어서 함께 지내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은 시작부터 가능성이 희박한 미래였다.

'살아 보고 결혼하자'라는 모토도 동거 예찬론자들이 내세우는 허울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동거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사전에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연습단계로 순기능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드시 동거를 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얼마간의 동거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착각이다.

'피치 못할' 동거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자는 뜻은 일면 이해하지만 동거가 성 개방 풍조에 편승한 일종의 '해방구'가 되거나 기존의 결혼문화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본다. 더욱이 기성세대의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시대흐름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당혹스럽다.

드라마의 원작자는 4년간의 동거 끝에 결혼에 성공하고 이제는 제법 유명세를 타는 작가가 되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또 다른 시험무대에 올려졌다. 수 십년의 결혼생활도 사랑만으로는 어렵고 서로가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은 평생을 같이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살아본 사람들의 교훈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