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믿는가?

지난주 밴쿠버 코스타를 통해 이지선 양을 만났다. 여성으로서 참담한 화상의 아픔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그녀는 화상피해자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으며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그녀의 인터넷 페이지 '주바라기'를 통해서 였다. 먼저 웹사이트를 찾아 모든 글을 읽은 아내의 강권 덕에 이지선 양의 기막힌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뭔지나 잠깐 보자"하고 클릭한 내가 무엇에 홀린 듯 몇 시간이 지나도록 지선양의 글을 읽고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마이스토리'에 올려져 있는 끔찍한 사고 순간과 순식간에 삶의 모든 것이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이 소름 끼치도록 가슴을 파고 들었다.

생각해보라, 꿈많은 대학 4학년 여대생이 아름다운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리고 화상으로 못쓰게 된 양손가락 끝을 잘라야 했을 때의 심정을... 정말 누구라도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삶을 비관해 옥상에 올라가는 대신에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에 따스한 빛을 전하고 있다.

지선양이 독실한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사연을 보면 자살을 생각하다가 지선양의 이야기를 읽고 부끄러웠다는 사람도 있고, 감사함 없이 힘들게 살아가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열심히 살겠다는 사연도 있다. 그리고 지선양의 글 뿐 아니라 사연을 올린 사람들의 글에 여러 명이 격려 리플을 달아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실로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된다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알고 있던 지선양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선양이 너무나 밝고 명랑하다는 것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자신의 모습에 당당했으며 현재의 삶에 행복해 하며 미래의 꿈을 갖고 있었다.

이런 지선양에게 누군가가 "사고 전으로 돌아가는 기적을 믿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지선양은 "하나님이라면 언제나 가능하다. 그러나 사고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이러한 고백을 할 정도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사랑하는 지선양은 수많은 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불쌍한 화상둥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한 그녀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