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과 욕

지난 1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수 유승준이 일시 귀국허가를 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예비 장인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도 입국이 금지된 그로서는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몇 일전 밴쿠버에서 그를 직접 봤기에 그 소식을 접하는 마음이 특별했다. 그는 밴쿠버 가스펠 콘서트를 하면서 그동안 많은 마음고생을 했고 마음의 상처도 입었음을 밝혔다.
물론 그가 공인으로서 말을 뒤집은 것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비난에는 달리 뾰족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가 시민권을 두고 고민했을때, 지금처럼 엄청난 반발과 입국금지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질 줄 알았다면 아마도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입대를 택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유승준의 선택은 본인 뿐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문제는 유승준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이다. 주로 군대를 갔다 왔거나 가야 하는 남성들이 중심이된 안티 유승준 그룹은 유승준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익명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게시판이나 기사평 등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생겼을 때 경쟁이라도 하듯, 스트레스를 토해내듯 욕을 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유승준 사태의 경우에도 왜 욕을 먹어야 되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하는 쓴소리 글보다는 악에 받쳐 나열하듯이 쌍소리를 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욕을 하는데 대해서 놀랄 만큼 당당하다. 자신이 마치 흠없고 세상이치에 통달한 판관이라도 되듯이 나의 욕설은 당연하고, 너는 욕설을 잘 새겨 듣고 반성하라는 태도이다. 익명성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보는이에게 어떠한 상처를 남기는 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쌍욕을 듣는 것은 마치 실생활에서 길을 걷다가 어디에선가 날아온 돌에 맞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돌을 맞은 사람의 이마에는 피가 흐르지만, 인터넷에서 모욕을 당한 사람의 마음에는 날카로운 상처와 분노가 남는다. 성경을 보면 군중들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려고 끌고 나왔으나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하자 모두 사라졌다는 말이 있다. 네티즌들이여,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는 저열한 욕은 이제 하지 말자.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