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C주 고등법원(담당판사 Sunni Stromberg-Stein)은 야구방망이와 파이프 등으로 어린 학생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4명의 범인에게 2년의 가택연금과 2백40시간 사회 봉사활동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조건부 판결(conditional sentence)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형벌을 통해 잠재적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일반인의 규범의식을 강화함으로써 법질서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폭행치사죄(manslaughter)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위해 최고 6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전과가 없고 최종 결과발생의 원인 된 행위를 판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써 조건부 판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예상보다 훨씬 관대한 판결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사법정의마저 무너뜨린 졸렬한 판단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이는 범죄자의 행위에 상응하는 응보적 고통(retribution)을 부담시켜야 마땅하다는 뜻이었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보복(revenge)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무거운 형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형벌이 단지 보복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범죄자를 교화하고 재사회화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특별 예방적(Special prevention)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조건부 판결제도는 캐나다 교정시설의 과밀화현상을 해소하고 일반 시민들의 정의감과 사회의 안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캐나다 연방정부가 1996년 도입한 것이다. 또, 법이 지향하는 목표가 형벌주의가 아니라 사회질서의 확립에 있고 범법자에게 내려지는 양형의 판단은 법관의 고유한 자유재량이므로 법원의 판단에 일반인이 이의를 제기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범죄자의 사회 복귀에 대한 법원의 고려를 일반인들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피해자관점에서의 엄격한 처벌요구를 수용할 때 가능하고 이때 비로소 범죄예방(crime prevention)이라는 형벌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리라 판단한다. 따라서 법원의 의도를 판결문을 통해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판결사유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 반한다고 본다. 검찰의 항소와 법원의 재심여부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첫째, 폭행으로 인해 사망의 결과를 초래한 가해자들이 '범죄결과에 상응하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정의감을 충족하지 못했고, 둘째, 범죄에 대한 징벌(punitive)과 갱생(restorative)의 효과를 동시에 얻기 위한 법원의 선택이 피의자의 사회복귀(rehabilitation)에만 초점을 맞추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관점은 도외시했으며, 셋째, 범죄행위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에 걸 맞는 경고(denunciation)와 제재(deterrence)조치로서도 조건부 판결은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