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코드 읽기

코드(code)가 유행이다. 한국에서는 '부자의 코드를 읽어라'라는 이름의 번역서가 나왔을 정도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사회현상의 하나다. 쓰임의 용도도 다양한 'Code'라는 용어를 굳지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무엇 무엇에 대한 인식(認識)의 틀' 정도겠지만 원어자체가 주는 감각적인 면을 담아낸다든가 민첩함을 넘는 약삭빠른 느낌까지는 제대로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약호(略號)나 암호(暗號)를 뜻하는 이 기호학 용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의 시대 현상을 읽어내는 잣대로 혹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변모하기도 하는데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분석하는 도구로써 시대의 경향과 추세(트렌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뜻으로 이해된다.

다만 '코드 읽기'라는 흐름이 우리가 사는 열린 세상을 바라보는 '속 좁은 현미경'에 불과하거나 갇힌 도구로의 전락은 경계해야 한다. 특정의 공통분모만을 추출하고 이를 성급하게 일반화하려 하거나 편가르기에 악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역과 단체를 막론하고 상호간의 몰이해를 극복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스스로 단절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밴쿠버 한인사회의 코드를 찾아 나서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한국어 사용이라는 공통분모 이외에 이민 연수나 세대에 따라 습관적으로 형성되는 '나 대로식 문화'는 밴쿠버 한인사회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위한 코드가 된다.

이민사회가 안고 있는 속성이나 풍토의 대물림 현상처럼 보이는 '나 대로식 문화'는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라도 각자 따로따로 하려 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도 미확인 경력만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 드는 막무가내가 있는가 하면 건전한 경쟁보다 음해성 폭로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우격다짐도 있다. 이렇다 보니 비슷한 단체가 둘 이상 존재하면서도 상호교류는 없고 편가르기 형태의 인의 장막 속에서 이해득실만 난무한다.

다행인 점은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이민사회의 한 축으로 성장하면서 나름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고 캐나다 복합문화사회에 융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이해된다. '따로 또 같음의 정신 발현'이 새롭게 자리잡은 코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한국문화의 날' 행사의 컨셉트 '열린 마음 열린 세상'이 한인사회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대중적 코드의 하나가 되고 당일 행사가 그 울림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