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곳 'canada'와 'vancouver'를 모국어인 한글로 표기하려면 어떻게 써야 올바른 것일까?

최근 국립국어연구원(www.korean.go.kr)이 발표한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따르면 '캐나다'와 '밴쿠버'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이다. 그렇다면 올해 양국정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카 수교 40주년 기념행사'란 표기는 틀린 것이고 '주 벤쿠우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이란 명칭도 엉터리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점에 대해 혹자는 의미만 제대로 전달 할 수만 있으면 됐지 '외래어 표기법'이 무슨 소용이냐고 주장하며 표기의 혼재는 있기 마련이라고 두남둘 수도 있겠다 싶다. 더욱이 영어를 주로 사용해야 하는 처지에 한국에서 마저 논란이 일고 있는 표기법 하나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르겠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글의 속성상 사람마다 표기를 다르게 하기가 십상임에도 불구하고 한글표기의 통일 문제를 새삼 제기하는 것은 현지의 관공서는 물론 각종 언론기관의 '내 마음 대로식 표기법'이 야기하고 있는 혼란 때문이다.

실제로 밴쿠버를 10여년째 '뱅쿠버' 혹은 '벤쿠우버' 라고 표기하고서 오랜 습관처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일컫는 'Mortgage'는 '모기지','모게지','몰게지','몰게이지','몰기지'등 쓰는 사람마다 틀릴 뿐만 아니라 쓸 때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현지발음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버나비 소재 메트로 타운'을 '버내비 소재 메츠로 타운'으로 한껏 혀를 굴려 표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한글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이해 없이 어줍지않은 훈수를 두는 이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개탄해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글 표기의 원칙이나 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영어만 알고 우리말을 잘 모르는 2세, 3세들에게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는 식의 교육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생활 가운데 쉽게 접하게 되는 명칭들이라도 먼저 하나의 통일성을 갖추어 표기하도록 하는 노력은 모국어인 한글의 특성을 지키는 방안의 하나이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점에 까지 생각이 미치면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도 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문의 날(4월7일)을 맞아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 하는 이유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