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의 원칙

항간에 나도는 우스개 소리로 캐나다 정부가 제발 떠나줬으면 하는 세 민족이 있다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첫번째 민족은 몰골이 너무 지저분하고 더럽기 때문이며, 두 번째 민족은 아주 시끄럽고 소란스럽다는 것이다. 세 번째 민족은 세금 포탈이 너무 많다는 것이 주된 원인인데 좀은 과장되긴 했어도 정곡을 찌르는 정문일침(頂門一鍼) 이다.

최근 60만 달러라는 세금을 부과 받고 억울해 하던 한 교민이 회계사의 도움으로 2천 달러로 조정됐다는 소식이 밴쿠버 한인사회에 회자되면서 캐나다 조세제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사실 한국과 캐나다의 조세체계는 차이가 많지만 '조세부담의 배분은 공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세형평의 원칙은 동일하다. 따라서 불로소득이나 불투명한 소득을 찾아 과세하는 것은 이 원칙을 실현하는 첩경이 된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월급쟁이를 포함한 모든 직업소득자에게 스스로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세금을 덜 내려고 드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아무리 캐나다가 선진국이고 신용 사회라지만 세금을 스스로 계산해서 신고하라고 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닐까?

하지만 이 또한 인간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성실 납세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책임을 들여 다 보면 여전히 '꼼짝 마라' 수준의 대비책이 강구되어있다. 기한 내에 보고하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고 감사에 걸려 소득이나 경비를 고의로 허위 보고했음이 밝혀지면 세금은 물론 세금의 50%에 해당하는 벌금에다 이자까지 물어 결국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다.

바야흐로 세금보고의 계절이다. 벌금이나 세무감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민주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써 성실하게 신고함으로써 이 기회에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오명(汚名)도 함께 씻어 보자.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