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 우수 초등생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요!"

"어린애가 뭘 알겠어? 엄마가 시키니까 억지로 하는 거겠지."

일명 '학원 뺑뺑이'와 선행학습이 난무하는 요즘은 공부 잘하는 초등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본인이 원해서 공부하기보다는 엄마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른들의 편견일 뿐, 자기 목표에 따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하는 '야무진' 초등생도 제법 많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주관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을까? 자기주도학습형 우수 초등생 3인이 말하는 '공부 이유'를 들어봤다.

전성운(서울 압구정초 4년)│ "새로운 내용 알게 될 때 가장 신나고 재밌어"


전성운군의 꿈은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이 돼 우주선 개발 등 우주과학 분야와 미래 식량 위기에 대비해 ‘씨앗은행’ 개발에 재정·정책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까지 가졌다. 꿈만 가진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우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영어 실력은 물론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급회장을 맡은 전군은 서울 강남교육청 영재교육원(수학 부문)에서도 수학하는 등 교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 학교나 영재교육원 등에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면 집에서 꼭 다시 해봐요. 수업 시간에 배운 수학·과학적 원리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면 딱딱하게만 보이는 수학·과학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전군은 수업 시간에 칭찬을 받을 정도로 노트 필기를 잘한다. 수업 중 선생님 설명을 집중해서 들으며 내용을 전부 받아 적은 다음 자기 나름대로 중요한 내용을 파악해 노트에 표시하는 공부습관 덕분이다. 표시하는 볼펜 색깔, 도형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해 필기하는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전군은 “신문을 보면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겐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더라”며 “그런 걸 보고 따라하면서 나만의 공부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공부하는 이유요? 전 공부하면서 새롭고 신기한 내용을 알게 되는 게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껴요.”

최하영(서울 경인초 5년)│ "공부는 제 미래 준비하는 과정"


기사 이미지(왼쪽부터)한정환군, 최하영양, 진성운군. /이경호 기자

“제 꿈은 국회의원이에요. 지금은 통신 등이 무척 발달한 시대인데도 국민의 의견이 국회로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국민의 의견을 잘 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똑 부러지는 말솜씨가 돋보이는 최하영양은 2년 전 학교에서 사회를 처음 배우면서 경제·정치 등에 관심을 가졌다. 그 후로 꾸준히 관련 도서를 읽으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최양은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2권씩 빌려 읽는다. 한 권은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장르를, 한 권은 사회 등 교과 관련 배경지식이 담긴 책을 빌린다. 독서만큼은 학교 시험 기간에도 거르지 않는다. “전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과제 양이나 학원 스케줄 등을 고려해서 하루 공부계획을 세워요. 방과 후 학원 이동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하루에 책 2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더라고요. 또 앞으로 배울 내용을 살펴보고 관련 책을 미리 읽으면 학교 수업도 훨씬 흥미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최양이 우등생이 된 비결은 바로 철저한 예·복습이다. 특히 방학 중엔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훑어보며, 빈 노트에 목차와 소제목 등을 적어둔다. 그런 다음, 실제로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해당 부분에 적어 넣으면서 복습하는 형태로 공부한다. 이런 습관 덕분에 올해 서울 강서교육청 영재교육원(수학 부문)에 선발되기도 했다. 최양은 “제 경험상 예·복습만 해도 공부가 정말 쉬워진다”고 말했다. “요즘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고 하잖아요. 전 공부는 계속 변하는 사회에서 미래의 제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환(서울 문정초 5년)│ "타고난 머리보다 '좋은 공부 습관' 더 중요해"


한정환군은 그간 꿈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피아니스트, 수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거쳐 지금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한군은 “앞으로 꿈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제 재능으로 우리 사회, 혹은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군의 학습법은 ‘실생활 연계형’이다. 학교에서 ‘1m=100㎝’라는 내용을 배우면 그날은 종일 줄자로 온 집안의 물건 길이를 재고 다니며 배운 내용을 몸으로 익히곤 했다. 이런 공부 습관은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를 더욱 키워줬다. 그 덕분에 지금은 집에서 혼자 중학교 2학년 수학 과정을 선행학습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하루 공부 내용이나 분량은 부모 간섭 없이 100% 한군이 결정한다. 한군은 “엄마에게 혼날까 봐 어려운 문제를 억지로 푸는 친구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공부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군은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바른 습관’이라고 여긴다. 한군의 경우, 학습계획을 ‘1주-1일’ 단위로 세워 실천 여부를 색연필로 표시하며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은 노트에 ‘마인드 맵’ 형태로 그려가며 복습한다. “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수학 영재학급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머리가 좋아 별 노력 없어도 1등 하던 제자와 머리는 보통이지만 성실한 공부습관을 가진 제자가 있었는데, 결국 나중에 서울대에 합격한 제자는 후자였다는 이야기였죠. 전 그 이야기를 항상 기억하면서 좋은 공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