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까워지면서 성적도 쑥쑥

이수민(서울 신북초 5년) 양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엄마가 손에 쥐여주는 책을 읽은 게 전부였다. 국어 단원평가 점수도 형편이 없었다. 독해력이 부족해 문제에 제시되는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를 정도로 책에 욕심이 생겼다. 국어 단원평가 점수도 대부분 만점을 받는다. 수민이는 “책을 열심히 읽었더니 지문을 이해하는 힘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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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자주 들렀어요. 책을 읽으려고 갔다기보다는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였죠. 처음에는 글자 많은 책이 싫어서 학습 만화를 주로 봤어요. 한동안 만화책에만 푹 빠져 읽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기는 거예요. 하지만 보고 있던 만화책을 아무리 뒤져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도서관에 있는 다른 책을 뒤지기 시작했고 궁금한 내용이 담긴 책을 발견했어요. 그때 처음 책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은 책으로 해결해요. 책에 질문하는 거죠.”

나선우(서울 용강초 5년) 군도 평소 독서에 흥미가 없었다. 여느 남자 어린이처럼 밖에서 뛰어놀기를 즐겼다. 하지만 지난해 우연히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선우는 “집에 꽂혀 있던 이순신 전기를 보고 우리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전까지 창작 동화나 명작 동화를 주로 읽었어요. 하지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독서가 중요하다는 엄마 말씀에 마지못해 읽을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 집 책장에 꽂힌 이순신 전기를 읽었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었죠. 몇 번을 반복해 읽었는지 몰라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당시의 상황이 궁금해 조선 역사를 다룬 책을 자연스럽게 읽게 됐지요.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에 꿈도 사회학자로 정했어요. 성적이요? 특별히 공부하지 않고도 사회 단원평가에서 만점을 받는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로 일석이조 효과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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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와 선우의 특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한다는 점이다. 흥미있는 분야의 책을 먼저 접하고 나서 궁금증이 생기면 관련 책으로 해결해나가는 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는 어린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읽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준다.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이유다. 또 관심 분야와 연계한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접할 수 있어 배경 지식을 쌓는 데 효과적이다. 학교 성적이 오르는 건 덤이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언정 한우리열린교육 연구개발실 책임연구원은 “좋아하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세요. 사회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역사 속 인물, 관련 에피소드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 책을 미리 접하는 게 좋아요. 국어를 좋아한다면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의 전체를 미리 읽는 게 좋겠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 읽는 것도 방법이에요. 과학에 흥미가 생긴다면 그림·사진·만화 등 시각적인 정보가 가득한 과학 그림책을 선택해보세요. 좋아하는 분야를 찾지 못한 어린이의 경우에는 공부 스트레스, 사춘기의 고민 등 또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동화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스토리에 빠져들다 보면, 책 읽기에 재미를 느낄 테니까요.”

읽은 책의 간단한 정보를 적어두는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에 도움이 된다. 작은 메모장에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한 줄 느낌을 적는 방법이다. ‘궁금이 노트’를 만드는 것도 좋다. 최세나 웅진다책 팀장은 “평소 생활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기록해두면 읽을 책을 선택하기가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 어린이는 강아지와 생활하면서 ‘강아지가 왜 자꾸 배를 보이면서 뒤집을까?’ ‘왜 손을 핥을까?’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길 거예요. 바로 이걸 궁금이 노트에 써놓는 거죠. 그리고 강아지의 행동을 다룬 과학책이나 백과사전을 뒤적여보는 겁니다. 독서를 통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원동력은 관심사와 흥미에서 비롯된다는 거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