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세대를 두고 88만원 세대라는 진단이 나온 것 처럼 캐나다에서도 '위기에 처한 세대(vulnerable generation)'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 CBC가 캐나다의 젊은이 취업위기를 다루는 연속 보도 중 이 표현이 등장했다.

CBC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이 무급 인턴십을 하지만 업체에 이용당하기만 한다는 내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이 무급으로 뽑아놓은 인력을 혹사한다는 내용을 최근에 보도했다. CBC는 무급 인턴십에 대한 통계가 없는 관계로 공식 집계는 할 수 없지만, 최소 캐나다 국내 10만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자유당(Liberal)은 이 문제를 의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유급 직원을 인턴으로 교체 못 하도록 하는 법령과 캐나다의 젊은 층의 정규직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 층의 취업난은 법령 마련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캐나다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올해 5월 기준 13.6%로 평균 실업률 7.1%를 웃돈다. 특히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앞둔 20~24세 실업률은 무려 15.5%에 달한 상태로, 지난 1년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20~24세 실업률은 실제로는 더 높을 수도 있다. 실업률 기준을 구직활동 여부로 집계하는 방식이 때문에 무급 인턴도 일단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구직의 희망을 품고 비교적 문호가 열려있는 무급 인턴을 찾아가지만, 장기간 무급 인턴도 집안에 여유가 있지 않으면 일하기 어렵다. 많은 캐나다 사회초년생들이 생활비 외에도 학자금융자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대학생연맹(CFS) BC지부는 BC주 대학생의 학자금융자 채무가 평균 2만7000달러라고 밝혔다. 무급 인턴이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인의 취업난도 캐나다 청년과 별다르지 않다. 인맥이 없어서 오히려 더 취약한 부분이 있다. 올해 BC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A씨와 B씨는 졸업시 전문 자격을 받는 학과 출신이 아니고서는 취업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많은 한인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설계한 대로 좋은 학교나 선호하는 학과까지는 가지만, 취업에서 길을 잃는다며, 그 배경에는 좁은 인맥과 부족한 직업 이해가 있다고 짚었다. B씨는 한인 동창을 보면 어느 회사에 가야하고, 무엇을 해야 취업이 될지 학교다닐 때는 막연하게 좋은 쪽으로 부모나 친구에게 말하지만, 막상 졸업 후에는 길이 열리지 않아 막막해 한다고 말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