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지
Medicine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UBC 의대 1학년으로 재학중인 최혜지입니다. UBC에서 학부생 3학년까지 약물학을 공부하고 금년 9월에 UBC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2. 의대 진학 전 학부생 때 어떤 공부를 했나요?

의대 진학 전 학부생 때는 약물학 (Pharmacology) 을 전공했습니다. 약물학 전공은 학부 3학년 때부터 시작할 수 있어서 1학년과 2학년 때는 의대 입학에 필요한 필수과목들을 수강하면서 제가 평소 듣고 싶어했던 경제학, 컴퓨터과학, 다양한 외국어 등 교양과목도 비교적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3학년 때는 약물학과 인체학 등의 과목들을 공부했습니다.
 
3. 의대 입학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UBC 의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입학 관련 정보들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사 졸업을 하지않고 3학년을 마치고 의대 입학을 도전해 볼 계획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학부 2학년을 마치고 그 해 여름에 바로 의대에 지원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지원할 때는 의대에서 요구하는 입학 전 필수과목들의 평균과 학부생 때 들었던 모든 과목들의 평균, 과외 활동 등을 써서 내야합니다. 온라인 지원 후 그 해 12월경 서류합격 여부를 알 수 있고 합격한 경우에는 2월에 MMI (Multiple Mini Interview) 형식의 인터뷰를 보게 되며 최종 합격 결과는 5월 중순에 알 수 있습니다.
 
4. 의대 입학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 MCAT (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저는 형식이 바뀌기 전 시험을 치뤄서 현재의 MCAT 시험과는 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현재 MCAT은 8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이전의 MCAT은 4시간으로 현재 MCAT보다는 시험과목 수가 적습니다. 저는 1학년을 마치고 여름에 책을 사서 2달 정도 공부했었는데 아무래도 배우지 않은 것들을 독학하다보니 어려움이 좀 많았었는데 오히려 MCAT 공부가 2학년때 학교 수업에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학부를 마치고 의대에 진학하실 예정이라면 적어도 2학년은 마치고 MCAT 준비를 하는게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에서 수강료를 내고 MCAT 준비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들도 있어서 혼자 공부하기 어려운 친구들은 KAPLAN과 같은 회사에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 MMI (Multiple Mini Interview)

저 같은 경우에는 페이스북에서 MMI를 준비하는 UBC 그룹을 찾아서 그 그룹에 있는 학생들과의 모의 인터뷰 연습에서 도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매주 학생들끼리 모여서 반은 면접관 역할을 하고 반은 면접 대상자 역할로 나누어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실제 인터뷰처럼 연습했습니다. 이 연습 덕분에 실전에서 당황하지않고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에 잘 접근하고 나의 생각과 판단들을 잘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 과외활동 (Extracurricular activities)

제가 했던 여러 과외활동 중 첫번째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일이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2학년 여름에는 정부에서 상을 받아 의대에 소속해있는 교수와 4달동안 일을 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또 다른 연구실에서 논문을 읽고 분석하여 새로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UBC 응급처치 (First Aid)  팀에서 활동했습니다. 2학년때는 팀원으로, 3학년 때는 팀 트레이닝 리더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활동이 제일 좋았습니다. 병동 내 환자들의 방문하면서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다양한 배경에서 온 환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3학년 때는 컴퓨터과학 조교로 UBC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 본인이 생각하기에 입학 준비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정말로 의대에 가고 싶은 생각과 열정이 있는지를 스스로 자주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면 그것을 위해 행동하게 되고 때로는 절제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입학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헬스장이나 수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학교 생활이 바빠지면 지치기 마련인데 운동이나 자기관리를 잘하면 오랫동안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고 과외활동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하는 것 만큼이나 열심히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됩니다.
 
5. 왜 UBC 의대에 지원하게 됐나요?

저는 원래 밴쿠버를 무척 좋아해서 UBC 의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학년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UBC 의대에만 지원을 했지만 너무 감사하게도 합격 되어서 매우 기뻐요. 비록 지역 때문에 UBC를 골랐지만 정말 UBC 의대는 다녀볼수록 훌륭합니다.

6. 의대와 학부생 때의 공부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의대에서는 A, B, C와 같은 등급 성적이 아닌 과목을 통과하느냐 낙제하느냐 (pass or fail) 로 성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학부생 때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한다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있었지만 의대에 들어와서는 공부량은 학부생 때에 비해 더 많지만 성적에 관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학부생 때는 좋은 성적을 받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의대에 와서는 정말 내가 배우고 싶어서 하는 공부를 많이 하게 되서 너무 행복해요. 

또 덧붙이자면 학부생 때 약물학 전공에서 배운 것들이 의대에 와서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병을 치료함에 있어 약은 항상 중요한 부분이고 의대에서 배우는 것들이랑 이어지는 것 같아요.
 
7. 현재 의대를 다니면서 느끼는 장점, 단점은 무엇인가요?

단점은 너무나도 빨리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의대를 시작하고 첫 3주 오리엔테이션 때랑 지금은 배우는 속도가 비교가 안될 만큼 빨라요. 일주일에 3일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가고, 끝나고 나서도 공부량이 많아서 힘든 점도 있어요. 또 졸업 후에 경쟁이 치열한 레지던트에 지원을 하고싶으면 과외활동을 꾸준하게 해야되서 의대를 다니고 있어도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만은 않아요.

장점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환자를 생각하며 공부를 해서 공부를 하는데 보람이 커요. 또 학부생 때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의대를 진학하게 되면서는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대에서 공부만 배우는게 아니라 환자들과 대화 하는 법, 윤리적인 일들과 단체로 일하는 방법까지  총괄적으로 가르쳐 주는 거 같아서 좋아요.
 
8. UBC 의대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의대는 4년 프로그램으로 1,2학년 때는 주로 학교에서 해부학, 조직학 등의 이론수업과 실습을 병행하고 3,4학년은 주로 병원에서 실습을 합니다. 의대에서는 실습 학습을 매우 중요시해서 현재 1학년이지만 학교 수업과 가정의학 실습 (Family Clinic Practice) 을 조금씩 병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학생별로 지정된 가정 병원 (Family Doctor Office) 에 가서 환자들을 만나고 진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실습을 합니다. 또 사례기반학습 (Case Based Learning) 이라고 해서  매주 같은 그룹의 학생들이 가상의 환자를 만나 일주일 동안 환자를 지켜보면서 환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 마다 환자에게 어떤 질병이 생길수 있는지 추측하고 질병이 생겼을시 그 질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해 교수님과 학생들이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매주 수업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내용과 사례기반학습 (Case Based Learning) 에서의 주제가 일치해서 실제로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 3,4학년 때는 어느 과에서 실습을 할건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9. 자신만의 공부팁이 있으신가요?
 
우선 본인의 단점을 잘 알고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기억력이 안 좋은 편이라 남들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부지런하게 공부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서 예쁜 색깔펜으로 공책에 쓰면서 공부하기도 했고, 운동하면서 인터넷 강의를 보기도 하고, 때론 공책이 아닌 노트북에 요점을 적기도 했습니다. 또 시험공부를 할 때 이해를 하면 기억이 더 잘 나기 때문에 이해하는 중심으로 공부를 했던 거 같아요. 공부하다 모르는 것들은 교수님들을 찾아가서 설명을 다시 듣기도 했습니다.
 
10. 의대 졸업 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단 졸업 후에는 5년정도의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예정입니다. 지금 마취과, 심장내과 등 관심있는 과들이 많아서 학교를 다니면서 더 고민할 생각입니다. 
 
11. 본인의 적성을 찾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 두분 모두 약사이시기에 어렸을 때부터 약사가 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병원 약국에서 풀타임으로 자원 봉사를 해봤더니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걸 알게 되었고 방향을 바꿔 의대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약대 진학을 생각하면서도 제 마음속에 의대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이 있었기에 바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무언가를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그게 정말 내 적성에 맞는 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경험해 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었는 지라 의대가 적성에 맞는 지 알수 없었으나 응급처치 (First aid) 일을 하면서 청진기로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의학에 대한 흥미가 커진 것 같습니다. 현재 의대에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아 의대 공부가 적성에 맞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까지는 흥미를 잃지 않고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12. 의대 지원을 희망하는 분들 또는 학부모님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부생 때는 성적이 좋아야하고 다양한 활동도 해야합니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다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정말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한두번의 실패를 겪더라도 끝까지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더 중요한 건 최대한 지치지 않는 겁니다. 의사까지 되는 데 길고 오랜 시간을 지나야하는데 그 시간동안 행복하지 않고 힘들기만 했다면 과연 그게 가치있는 일인가 싶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과외활동도 하면서 최대한 자기가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수 있는 길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적당히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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