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음악… 쉴 틈 없는 청소년 귀, 난청 주의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10~20대의 소음성 난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 21.4%에 불과했던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2년 61.4%로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 강의를 비롯한 동영상 시청, 음악 청취, 게임 등을 위해 이어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면서 '소음성 난청' 발생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우 청심국제병원 이비인후과 진료과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10대 환자 수가 2006년 306명에서 2010년 394명으로 28% 증가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 3.8%가 '경도 난청', 1.6%가 '중증도 난청'에 시달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곳에서의 이어폰 사용, 특히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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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 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이어폰으로 강의나 음악을 듣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승호 분당차병원 교수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배경 소음이 큰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주변 소음을 이기기 위해 볼륨을 키우기 때문에 청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진료과장은 "85데시벨 이상의 소리에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휴대용 기기의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올리면 100㏈(데시벨)을 넘기 때문에 건강한 청취를 위해서는 음향기기의 볼륨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주변 소음으로 인한 청력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헤드폰은 귀를 감싸 배경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볼륨을 높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청력 손실, 자신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장시간 청취 역시 청력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독서실이나 자습실에서 이어폰으로 인터넷 강의 등을 들을 때는 50분 청취 후 10분 정도 소리가 없는 상태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진우 진료과장은 "음높이의 차이나 리듬감 등에 따라 실제 소리강도와 체감 소리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장시간 청취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호 교수는 "난청이 심할 경우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해 학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로 오인해 자신감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난청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급성 난청의 경우 청력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서히 청력을 잃은 경우 돌이키기 어렵다"며 "'텔레비전을 볼 때 큰 소리로 들어 주위 사람이 거북해하는 경우' '대화할 때 자주 되묻는 경우' '귀에서 '삐'하는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등 이명이 들리는 경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도 난청(25~40㏈ 구간 소리를 듣기 어려움) 환자의 경우 입 모양으로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구순 독법(Lip reading)이 필요하며, 중등도 난청(41~55㏈ 구간 소리를 듣기 어려움) 환자는 보청기 착용·구순 독법·언어 지도가 필요하다.

귀가 젖은 상태서 이어폰 사용 말아야

아침 등교 시간에 쫓겨 귓속이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신 교수는 "젖은 상태에서 이어폰을 착용하면 외이도에 상처가 생겨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귀 안의 습기를 이어폰이 막아 곰팡이로 인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귀소제를 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진료과장은 "'코끼리 다리보다 가는 것은 귓속에 넣지 마라'는 서양의 옛 속담이 있듯이 가능한 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귀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귀지는 더러운 물질이라는 인식 때문에 습관적으로 귀지를 파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귓속 피부에 상처를 내 세균 증식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귀지는 외이도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공기 중 먼지나 각질 등과 섞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외이도로 들어오는 이물질의 출입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귀지는 우리 몸의 자정 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귀 밖으로 밀려나오기 때문에 굳이 제거해 주지 않아도 빠져나와 없어집니다. 청력은 한번 잃으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